< 어느 아침 >
삶을 견뎌내기가,
삶을 견뎌낸다는 것이.
밤이 새도록
혼자 앉아
소주병을 치워내며,
아침을 기다리지 않는
일상을 기다리지 않는
일상을 기다리지 못하는,
얼마만큼의 소주가 남았는지
의식없이
삼켜버린
질량만큼의
천박한 그리움.
대상없이
그리움 없이.
막연히
가슴 아리한
통증.
눈을 감으면
보이는
어둠의 두께만큼
아른대는
무한의 맹종.
쉼표를 찍으며
마침표를 찍으며,
닦아낸 액체가
볼 위에 마르면,
때론
세상에
비가 내리기도 한다.
곰팡내 밴
골방.
작은 몸뚱이는
젖지 못하고,
니코틴 밴 시간을
갇혀진
수감자로
서성인다.
세상에 미안해서
너무도 미안해서
돌아 누우면,
세상에 부끄러워서
너무도 부끄러워서
다시 돌아누우면,
때론
비가 멈추기도 한다.
어색한 아침이
웃풍 젖은 창에 들고,
나를 깨워내지 못하는
궁색한 일상마저
머리맡에
울어대고,
나락같은
기억상실증을 앓으며,
돌아눕고,
다시 돌아 눕는다.
200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