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때가 되면#040615-
이름: * http://www.metalman.co.kr


등록일: 2011-03-31 23:14
조회수: 4089 / 추천수: 776


    






5월 비가 내린날.
하루종일
빗속에서 동네는
선명한 기억처럼
수면에 떠올라있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떠나기에
적당한 풍경.

누군가가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인지.

그래도, 그래도
전하지 못한 심정이 있었다면,
또한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도
남겨두고 싶어도 할  것이다.

그렇게 누군가가 떠나면,
남겨진 누군가는
화석조차 남기지 못할
이끼가 되어,
그늘 진 깊은 곳에서
연명해내던
제 생명을
태워 죽이고,

그렇게 누군가 떠나면,
남겨진 누군가는
채워내지 못한 이유들로
비릿한 통증을 앓다가,
하얗게 매마른 시신을 벗어두고
또한 떠날 채비를 할 것이다.

다시 비가 멈추고,
다시 땅이 마르면,
마을에
뽀얀 시간이
다시 채워지면,

떠난 누군가도,
남겨진 누군가도,
기억도 남기지 못할
바람이 되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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